잠이 부족하면 살빠진다는 소문은 '거짓'

미국에선 잠 못 이루는 사람을 겨냥한 연간 200억달러(18조7200억원)규모의 '수면시장'이 창출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기능성 침구와 수면제를 비롯해 온도 습도 조명을 최적의 수면 조건으로 유지해주는 주거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결코 과장된 액수가 아닐 것이다.

국내서도 수면클리닉이 100개를 넘고 요지인 서울 압구정동에도 3∼4개의 수면클리닉이 새로 들어설 만큼 수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잠은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산업화로 인해 강도 높은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고 경쟁으로 초래된 자극으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신의 수면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서비스산업과 IT기술의 발달은 밤을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시간으로 바꿔 놓아 만성수면부족을 유발하고 있다.

한여름은 물론 요즘처럼 밤이 긴 겨울에도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낮에 햇볕을 많이 쬐어야 잠잘 때 수면을 도와주는 멜라토닌이 뇌내 송과선에서 충분하게 분비되는데 겨울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봄에서 가을까지는 멜라토닌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이 오후 11시∼오전 2시께인데 반해 해가 일찍 저무는 겨울에는 오후 11시 이전으로 앞당겨지기 때문에 초저녁에 잠을 들수 없는 현대인으로서는 수면모드로 들어가기 어렵다.

반면 일단 잠에 들면 멜라토닌이 근근이 수면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해가 뜰 때까지 분비되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겹다.

요약하면 겨울에는 다른 계절에 유지되는 수면리듬이 깨져 질 나쁜 얕은 잠을 장시간 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에는 하루에 30∼60분가량 햇볕을 쬐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

식사 후 산책을 하거나 오후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좋다.

그러나 야간 운동은 뇌를 각성시키므로 자제하는 게 좋고 굳이 운동하고 싶으면 과격한 종목은 삼가고 걷기 등 가벼운 것이 바람직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원인 중 절반은 이 같은 수면부족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코골이 등 호흡장애로 볼수 있다.

코골이는 비만과 노화로 숨을 쉬는 통로가 좁아지거나 중력에 의해 아래로 처지면서 공기 유통이 방해받기 때문에 나타난다.

40대 이상의 30∼40%가 코골이를 하는데 이들은 하루 8∼10시간을 자도 깊은 수면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이 2∼3시간 잔 것에 불과한 수면효과를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양압호흡기를 착용하는 자는 게 권장된다.

하지만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아 실제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자다가 코를 골면 이를 감지해 체위를 바꿔주는 수면조끼를 개발 중이다.

중력으로 인해 숨쉬는 통로가 한쪽으로 처져 좁아지면 코를 골게 되므로 그 때마다 체위를 좌우로 틀어줘서 숨길을 열어주는 원리로 사용이 간편해 우수한 치료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에는 숙면 유도제품이 속속 등장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으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우선 수면유도 양말이나 화장품(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체온이 섭씨 0.5∼1도가량 떨어져야 수면에 들 수 있는데 양말을 신으면 체온 발산이 방해를 받는다.

또 잠만 잘자면 멜라토닌과 코티솔이 충분히 분비돼 피부가 고와지게 되므로 일부러 화장품을 발라 피부의 숨구멍을 막을 이유가 없다.

숙면 유도 방향제도 비슷하다.

특정 허브향은 뇌파중 α파를 발산시켜 안정감을 주지만 이는 1단계 수면의 얕은 잠을 유도하는데에만 도움이 된다.

그보다 깊은 잠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다만 자궁소리 심장박동소리 파도소리 시냇물소리 빗소리 자장가 등의 '백색소음'을 들려주는 제품은 마음을 진정시켜 숙면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숙면을 유도하려면 많은 요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어둡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갖춘 실내환경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자는 동안 체온과 땀이 적절히 발산돼야 한다.

조명을 끄고 눈을 감아도 빛은 눈꺼풀을 통해 안구에 도달하므로 안대를 착용하면 낫다.

잠옷과 침구도 기능성 섬유를 사용하면 수면 중 느끼는 불편이 덜해 아늑한 잠을 자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소장


-------------------------------



[ 잠에 관한 오해와 진실 ]



1.졸릴 때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깬다. (O)



-맞다. 그러나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일시적이다.

2.자신이 잠들기 시작하는 시간을 알 수 있다. (X)



-알 수 없다.



3.잠을 충분히 자면 피곤해도 졸음운전 위험은 없다. (X)



-잠을 푹 잤는지 인지할 수 없으며 피곤하면 졸음은 온다.

4.젊은 사람은 잠을 조금만 자도 된다.(X)



-12세까지는 수면량이 많은 편이며 젊다고 적게 자면 성장이나 건강에 좋지 않다.

5.잠이 부족하면 살이 빠진다. (X)



-잠이 부족하면 그렐린 코티솔 등의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살이 찐다. 최근 20년간 미국의 비만 인구가 폭증한 것도 평균 수면시간이 1시간30분 정도 준 것과 관계가 있다.

6.밥을 먹고 자면 소화가 잘된다. (O)



-수면시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돼 소화.흡수작용이 활발하다. 문제는 식사 후 활동하면 열량의 20%가량이 체내에 축적되는 반면 바로 잠자리에 들면 40∼50%가 쌓여 비만을 일으킨다.

7.잠은 잘수록 는다. (O)



-오래 자는 습관을 들이면 빛과 어둠의 주기를 판단하는 생체시계가 변화해 수면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8.코를 골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O)



-습관적으로 코를 고는 학생은 주간졸림증 기억력.집중력 저하로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