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낀세대' 젊은교수들 三重苦

입력 2007-09-27 17:48 수정 2007-09-28 10:27
국내 명문대인 S대학 경영학과 이모 교수는 주말에도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연구할 때면 '싱가포르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3년 전 싱가포르 국립대(NUS)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만 해도 한 학기에 1과목만 강의했다.

나머지 시간은 연구에 할애했다.

하지만 서울에선 1학기에 5과목을 강의하고,연구는 주말에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한다.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연봉은 싱가포르 시절에 견줘 5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는 "후학을 키우겠다는 각오로 서울행을 택했다"며 "솔직히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낀세대' 젊은 교수들이 강의,연구,보직 등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내몰리고 있다.

낀세대 교수란 30대 후반(80년대 중반 학번)의 교수들을 말한다.

교수 사회 경쟁이 덜했던 선배 교수(70년대 학번)들이 누렸던 특권은 누리지 못하면서 신세대 교수(90년대 학번)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교수층이다.

최근 몇년 새 국내 대학의 임용 및 승진 기준이 대폭 강화됐지만 다른 업무 부담은 줄지 않은 탓에 낀세대 교수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교수 승진의 경우 논문은 양이 아닌 질로 평가하고,동료 교수가 정교수 승진 논문을 평가하는 대학이 늘면서 승진 절차가 외국 유명대학 못지않게 까다로워졌다.

그에 반해 과거부터 해왔던 의무 강의 시간이나 행정 업무의 부담은 줄지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대학에서 활동해온 낀세대 교수들의 국내 교수 기피 현상도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27일 과학기술부의 '해외 박사 신고현황'에 따르면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 중 귀국 신고자는 2003년 2165명에서 2006년 1320명으로 40% 줄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견디지 못해 다시 해외로 나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능한 교수 몇몇이 한국을 등졌다"며 "애국심에 호소해서는 더 이상 교수를 데려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이 국내 교수직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합리적인 연봉 시스템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학과별로,교수마다 연봉이 각각 다르다.

철저한 평가 시스템에 따라 교수의 몸값이 정해진다.

하지만 한국은 능력이나 학과에 상관없이 호봉대로 연봉을 받는다.
그 결과 경영학과 교수가 국내로 들어오면 연봉이 절반 정도로 줄고,반대로 인문대학 교수는 연봉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성균관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교수의 몸값은 곧 얼마를 받고 외국대로 갈 수 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며 "국내 교수들 사이에도 암묵적인 몸값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연봉에 비해 과중한 업무 부담도 한몫한다.

홍콩 과학기술대,싱가포르 국립대 등 해외 유명 대학에서는 연구 교수와 보직 교수가 따로 나눠져 있다.

교수들이 특성에 맞게 한 부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

교육전문가들은 낀세대 젊은 교수들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시장원리에 따른 연봉제 실시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본부의 중앙집권적 운영 시스템에서 벗어나 단과대학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이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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