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ㆍ변리사 "변호사 늘면 설자리 없어"
이르면 5년 뒤부터는 신규 변호사 숫자가 지금보다 매년 1.5배에서 3배 정도 많아지게 된다.

현행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2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법조 관련 직업군으로 불리는 변리사 법무사 관세사 세무사 노무사 등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변호사는 이들 업무를 모두 할 수 있으나 전문성이나 수익성을 고려해 아직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지는 않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2만3000여명에 달하는 법조 관련 직업 종사자 중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직종으로 변리사를 꼽고 있다.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에 관한 감정 및 소송대리 업무를 하는 변리사는 법조 관련 직업 중에서도 가장 전문적이다.

기술분석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이 많이 진출해 있으며 변호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인식돼 왔다.

국세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변리사는 연간 1인당 평균 소득이 5억5000만원 정도로 전문직 종사자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허분쟁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한 로펌 변호사는 "로스쿨이 도입되면 많은 이공계 출신자들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며 "이들이 가장 먼저 뛰어들 분야는 특허 및 지적재산권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조 관련 직업 중 가장 많은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현재도 많은 변호사들이 변리사 자격증을 신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사들 역시 앞으로 늘어날 변호사들의 '영역 침범'을 걱정하고 있다.

임덕길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로스쿨 제도까지 시행되기 때문에 법무사란 직업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세에 관한 신고와 심판청구 등을 대리하는 세무사 업무도 앞으로 앞으로 변호사들이 도맡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통관절차를 대신해 주거나 관세법상의 행정상 쟁송을 대신해 주는 관세사의 경우 변호사들의 진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개성관세사법인의 이영철 관세사는 "세금 이의신청 등의 업무는 기존 변호사 업무 영역과 겹치지만 해당 분야에서 큰 수입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로스쿨 시대를 맞아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법조 관련 직업군에 대한 신규자격부여 폐지를 주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협은 2004년 "로스쿨제가 도입될 경우 졸업생이 배출되는 해부터 유사법조 직업에 대한 신규자격부여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한 의견'을 사법개혁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변협 대변인인 최태형 변호사는 "변협이 또다시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면서 "하지만 변호사 숫자가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유사법조 직업군에서 담당하던 업무를 변호사들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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