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기후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 왔나

입력 2007-09-07 15:16 수정 2007-09-07 19:57
기후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 왔나

사람들은 누구나 당장 내일 날씨를 궁금해 한다.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지,날씨 때문에 내일 행사에 차질은 없을지,두툼한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이런 주변의 '날씨' 차원을 넘어,관심 범위를 '기후'로 넓혀 보자.사전적 정의로 날씨는 '그날그날 비,구름,바람,기온 따위의 대기상태'를 의미한다.

기후는 '여러 해에 걸쳐 나타난 기온,비,눈,바람 따위의 평균상태'로 정의된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날씨이지만,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날씨의 평균적인 특징이 바로 기후가 된다.

기후의 변화가 장기간 뚜렷해지면 생태계 변화가 심화되고 그 결과는 민족의 대이동까지 유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역사가 바뀐 사례도 수두룩하다.

13세기 몽골 고원에 불어닥친 한파는 몽골족의 대이동을 일으켜 중국에서 동유럽까지 몽골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기후변화 속에 배양된 페스트로 인해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면서 봉건시대의 종말을 앞당겼다.

순식간에 멸망한 잉카,마야 등 아메리카 대륙의 화려한 문명들엔 한 줌 정복자들의 칼보다 그들이 옮겨온 전염병이 훨씬 더 무서운 것이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형적인 온대 몬순 기후에서 최근에는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로 옮아가는 현상이 뚜렷하다.

여름에 열대성 스콜이 나타나고,겨울이 춥지 않은 등 전반적으로 평균 기온이 높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의 농산물과 어종 등 생태지도도 바뀌고 있다.

예컨대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안 서산에서도 명물이 됐고,한류성 어종인 명태,정어리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이 전남 나주,고흥,보성 등지에서까지 재배돼 전남지역 한라봉 생산량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조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물론 익숙했던 기후가 바뀌면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대대로 같은 품종·어종을 다뤘던 농어민들에겐 상당히 혼란스럽겠지만,거꾸로 저소득층의 난방비,의복비 부담이 줄고 농업생산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보면,인류는 역사적으로 주기적인 한랭기와 온난기를 두루 경험해왔다.

13세기 이후에는 지구가 너무 추워져서 고통을 겪었고,19세기 말부터는 다시 온난기에 접어들었다.

한랭기와 온난기에도 각각 작은 한랭·온난기가 차례로 반복된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줄기차게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인류는 급격한 기후변화 때마다 비록 시간이 걸렸지만 적절히 대응해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후와 환경에 대해선 지나친 낙관도,비관도 금물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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