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 명의 회사원이 해외 출장 중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돼 형사 처벌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지난 1월 네덜란드에서 대마초를 피웠고 그 사실을 자랑 삼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인터넷에서 마약 밀매를 검색하던 경찰에게 꼬리를 잡혔다.

경찰에서 이들은 "네덜란드에서는 대마초가 합법이었기 때문에 피웠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처럼 해외에 체류하다 보면 한국에 있을 때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더군다나 도박,성매매,마약 등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해당 국가에서 합법인 경우라면 '로마에서는 로마법만 따르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쉽게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국가에서 합법이라도 국내법상 불법이라면 그 행위는 사법처리 대상 감이다.

우리나라의 형법은 자국민이 외국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 국내법에 따라 판단하고 처벌하는 '속인주의(屬人主義)'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캐나다에서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포르노 영화에 출연했다 지난해 11월 이 사실이 발각돼 뒤늦게 입건된 영어학원 여강사도 이러한 속인주의 원칙에 입각해 사법처리된 경우다.

반대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국내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속인주의 원칙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도박사건이다.

필리핀의 한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 유죄를 선고받은 A씨는 2001년 "법리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상고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은 "형법 제3조에 속인주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외국인의 카지노 출입이 허용된다 해도 피고인에게 우리나라 형법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상습도박 등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내국인이 치외법권 지역인 국내 대사관에서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도 속인주의 원칙에 의해 처벌받는다.

1985년 5월 함운경씨를 비롯한 대학생들이 광주사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미 문화원을 점거했던 사건도 속인주의 원칙에 의해 사법처리됐다.

이 사건에 대한 상고심을 맡았던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국제 협정이나 관행에 의해 미 문화원을 미국 영토의 연장으로 본다 하더라도 속인주의 원칙에 의해 피고인들에게 재판권이 미친다"고 밝혔다.

살인,강도 등 체류 중인 국가의 법과 우리나라 법을 동시에 어기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외교관 등 특수한 신분이 아닌 이상 해당 국가에서 사법처리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 용어풀이 ]



속인주의=영토를 불문하고 국적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자국민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원칙(형법 제3조).우리 나라는 모든 자국민에 대해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체류 중인 국가에서는 합법이었더라도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행위를 저질렀다면 나중에라도 처벌을 받게 된다.

속지주의=자국민과 타국민을 불문하고 자국 영토를 기준으로 하여 그 영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법을 적용하는 원칙(형법 제2조).우리 나라는 우리 영토 내에 머무르는 외국인들도 국내법을 어겼다면 이 원칙에 의해 형사 처벌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이 외국 영토에서 그 나라 법을 어기는 행동을 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