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부족하면 뇌 해마 축소돼 기억력 떨어져

유승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겸직교수(하버드 의대 교수)는 수면 부족이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관련 논문을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2일자에 실었다.

유 교수팀은 28명의 실험 대상자를 충분한 수면을 취한 그룹과 35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못한 그룹으로 나눠 150장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이틀 후 다른 사진 속에 섞은 뒤 이를 기억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충분한 수면을 취한 그룹이 그렇지 못한 그룹에 비해 평균 19% 정도 사진을 잘 기억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이들 그룹 각각에 대해 뇌용적 전체의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를 촬영한 결과,수면 부족 그룹의 뇌 해마 부위가 일시적으로 축소되고 기능이 저하하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능 저하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보와 기억을 저장시키는 데 장애를 일으킨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수면이 기억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와 같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 있어 수면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공부 안하는 것보다는 밤샘공부라도 하는 게 도움"

유 교수는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가지고 '밤샘공부'가 효과가 없다고 결론짓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일단 이 연구는 '공부'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이 실험에서 사진을 기억하는 것은 일회적 기억에 해당한다. 일회적 기억은 어제 누구를 보았다던가,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등 '스쳐지나간' 현상을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공부와 같이 특정 지식을 외우는 '의미 기억'과는 다르다. 따라서 이 실험으로는 수면 부족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

또 설사 공부와 사진을 보는 것이 같은 성격의 기억이라 하더라도 이 연구가 밤샘공부의 효용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 연구에서 실험 대상자들은 밤을 새서 사진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샘공부가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비록 능률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학습시간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밤샘공부의 효과를 알아보려면 수면을 취하지 못한 실험 대상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날 충분히 잠을 잔 사람들에게 밤을 새서 사진을 보게 해야 한다.

유 교수는 "평소 공부를 안하는 학생들이 암기과목 시험을 잘 보려면 밤샘공부라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장기 아동의 무리한 과외 스케줄에 의한 수면 부족은 생물학적인 학습 능력 저하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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