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문을 여는 황금열쇠'처럼 추앙받았던 스톡옵션이 미국의 경영자들을 잇달아 집어삼키고 있다.

미국 기업 사이에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백데이팅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고위 임원들의 사임과 해고가 줄을 잇고 있다.

백데이팅(Backdating)은 스톡옵션 행사(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시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주가가 낮은 날짜로 지급일자를 임의 조정하는 편법.이 같은 묘수(?)를 쓴 것으로 알려진 경영진이 주주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잇달아 낙마하고 있다.

음성메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콤버스 테크놀로지의 전임 최고경영자(CEO) 제이콥 알렉산더는 24일 백데이팅과 관련해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사기죄가 적용된 최초의 사례다.

비즈니스 위크와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스캔들에는 실리콘 밸리의 첨단기업 수십 곳을 포함,140여개 대기업들이 연루돼 있다.

이 중 지금까지 34명 이상의 경영진이 사임하거나 해고됐다.

스톡옵션 스캔들로 몰락한 CEO들 중 최고의 거물은 미 재계 스톡옵션 보유 순위(포브스 선정) 1위였던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의 윌리엄 맥과이어.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 헬스그룹은 "내부 조사 결과 맥과이어가 지난 12년 동안 받은 스톡옵션에 대해 백데이팅 비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맥과이어가 회장직과 이사직을 당장 그만두고 오는 12월1일에는 CEO 자리에서도 물러날 것"이라고 지난 21일 밝혔다.

그를 보좌했던 윌리엄 스피어스 이사와 데이비드 루벤 총괄 고문도 맥과이어와 함께 회사를 떠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휴대폰 요금 인터넷 청구 결제 서비스 업체인 보스턴 커뮤니케이션스 그룹도 E.Y.스노든 사장 겸 CEO를 비롯한 임원 3명이 스톡옵션 백데이팅 스캔들과 관련해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리콘 밸리의 바이러스 퇴치 소프트웨어업체 매카피의 CEO 조지 세임넉과 테크놀로지 뉴스전문 사이트 'CNet 네트웍스'의 공동 창업주이자 CEO인 셸비 보니도 백데이팅 비리와 관련해 지난 11일 전격 사임했다.

매카피는 CEO 교체에 앞서 지난 10년간에 걸쳐 이뤄진 스톡옵션 백데이팅을 반영해 실적을 1억∼1억5000만달러가량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애플 컴퓨터의 CEO 스티브 잡스도 연루됐다. 잡스는 스톡옵션을 통해 어떠한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그가 받은 '때묻은' 스톡옵션 등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스톡옵션 백데이팅은 주주들에게 부담을 주고 낮게 조작된 가격만큼만 비용처리됨으로써 이익이 부풀려지며 그로 인해 기업은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이와 관련,스톡옵션에 비판적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남들도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업계에 만연된 병폐를 질타했다.

대대적인 스톡옵션 비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실리콘 밸리 등 미국 재계에 더욱 큰 광풍이 예상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백데이팅(backdating)은 대표적 가격조작 방법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주식 매입가격)은 스톡옵션이 주어지는 시점의 시가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데이팅은 이 날짜를 실제 스톡옵션을 받은 날이 아닌 과거의 어떤 날로 소급(backdating) 조작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당 1000원인 매입가격을 그보다 싼 과거 특정 시점의 주가 500원으로 조작해 놓으면 옵션을 받은 경영진은 막대한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스톡옵션은 매입한 주식을 나중에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어서 매입가격을 낮게 조작하면 차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주의 동의를 받는 특별한 경우에는백데이팅이 허용되지만 그런 사례는 거의 없어 대부분 불법이나 비도덕적인 관행으로 비판받고 있다.

백데이팅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스톡옵션 행사가격의 적용시점을 가격이 낮은 날로 소급하는 전형적인 백데이팅이다.

또 다른 것은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뉴스가 공개되는 때의 전후로 부여 시점을 결정하는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형태이다.

회사에 유리한 공시가 나가기 직전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행태는 '스프링 로딩'(spring-loading)이라 불린다.

반면 나쁜 뉴스가 나간 후로 부여 시점을 늦추는 것은 '불릿 다징'(Bullet-dodging)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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