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장항동에 들어선 "임거당(林居堂)".

임거당은 현대적 감각이 강렬하면서도 한국 전통가옥의 공간미와 조형미를 고스란히 담아낸 집이다.

1층의 필로티(Piloti .벽체없이 기둥으로만 이뤄진 공간) 기둥위에 커다란 목재 덩어리가 얹혀있는 단순한 형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기존주택의 고정관념에서 크게 벗어난 파격성과 의외성으로 눈길을 끈다.

저층부에는 노출콘크리트,위층 몸체는 국산송판 등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맞붙여 조화를 시도했다.

외관의 단순함과는 달리 내부는 매우 풍성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마치 미로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공간이 얽혀있다.

그러나 난잡함은 느껴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하고 정겹다.

집안 곳곳의 통로와 거주공간,그 사이에 놓여진 틈새공간 등을 서로 긴밀한 인과관계로 묶어놨기 때문이다.

이 집은 전통한옥처럼 마당이 많은 게 특징이다.

아기자기한 마당이 여덟개나 된다.

거실에서 안마당을 바라보며 몇 발자국 옮기면 어느새 지하마당으로 이어진다.

각 마당간의 연결성이 모두 이처럼 자연스럽다.

이로인해 기존 주택에서 느낄 수 없는 한국적인 정취가 강하게 묻어난다.

집안 전체는 중심에 중정과 연못을 배치한 "ㅁ"자형으로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정자와 연못이 놓인 안마당이 이 건물의 중심뼈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안마당은 집주인은 물론 동네사람들도 편안하게 방문,서로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층을 필로티로 만들어 외부와의 소통을 자유롭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역할이다.

이외에도 널찍한 마당은 아니지만 층을 달리하면서 여러가지 형태의 마당이 곳곳에 박혀있다.

마당은 거주자들에게 생활의 여유를 주고 방이나 거실 등 개별공간을 생기있게 살려낸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진입마당이 나타난다.

이곳은 2층과 지하로 나눠지는 교차로 역할을 한다.

집안에 들어왔다는 평온한 느낌도 준다.

지하로 향하면 반지하에 위치한 식당이 있다.

식당앞에도 마당이 배치돼 있다.

장독대 등으로 꾸며져 단아한 한옥이 연상된다.

이들 마당은 어두컴컴한 반지하를 밝고 아늑한 공간으로 바꾼다.

지하1층엔 서재와 손님방이 있다.

여기도 지하라는 느낌이 없다.

서재와 손님방쪽에 지하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지하마당은 이 집에서 가장 한국적인 공간이다.

천창을 만들어 햇빛을 직접 끌어들인데다 마당 양쪽의 방은 전통 한식문과 누마루를 응용해 편안한 느낌이 난다.

이들 마당에서는 각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통로가 마련돼 있다.

거주자들이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2층엔 주인 침실과 아이들 공부방이 있다.

이곳에도 대청마당이라고 이름붙인 마당이 있다.

멀리 밖을 볼 수 있고 옥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옥상에는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을 열어놓을 수 있는 옥상마당이 있다.

임거당의 공간중에 또 하나의 매력은 각 방의 기능성과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방을 키우기 위해 마당이나 정원 등을 무조건 줄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집터는 70평 정도.여유있는 단독주택을 짓기에는 작은 편이다.

그래서 1층에 필로티를 도입해 집을 좀더 넓고 시원하게 설계했다.

이로써 집을 도로변에 바짝붙여 지을 수 있는 효과도 얻었다.

임거당은 한국전통가옥의 공간특성인 "여유와 풍요로움"을 충분히 담아낸 멋진 집이다.

이 집이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건축주 부부의 집에 대한 애착과 식견에 힘입었다.

그들이 건축가에게 요구한 내용은 "한국의 전통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현대적 주택"이었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가와 집주인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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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메모 ]

<>규모:건축면적-32.66평,연면적-60.37평, 대지면적-2백31.6평,지하1층 지상2층
<>위치: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구조:철근콘크리트조
<>설계:이로재 건축 김효만 소장,(02)766-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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