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산이 내려다보이는 서대문구 북아현동 이화여대 뒷산자락에 차분하게 들어선 단독주택 "상선재(上善齋)".

집이름(당호.堂號)엔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겸허와 자연의 순리에 따른다는 뜻이 담겼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란 고사에서 빌려왔다.

원래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않고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이에 만족한다는 뜻으로 "물은 곧 그 자체가 최상의 선(善)"이란 의미로 통한다.

외관부터 내부 공간구성에 이르기까지 기존 주택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당호에서 풍기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애쓴 흔적의 결과다.

외관부터 심상치 않다.

1m가 넘는 노출콘크리트 벽체위에 녹이 벌겋게 슨 커다란 액자형 강판을 세워놓은 모양이다.

언뜻보면 도로변에 세워진 담벼락 같은 느낌이 든다.

녹슨 철판 중앙에 큼지막하게 뚫린 박스형 공간으로는 시골 원두막을 연상시키는 서재와 건물의 일부가 그림처럼 드러난다.

벽체형 외관을 개방시켜 내부를 노출시킨 특이한 디자인도 인상적이지만 개방과 폐쇄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구성미도 돋보인다.

외벽에 녹슨 내후강판을 쓴 것은 집 주변의 오랜된 주택들을 자극하지않기 위해서 내린 속깊은 배려다.

새집이라고해서 너무 튀는 모습으로 요란하게 들어서는 것이 이웃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은지 1년도 안된 집이건만 인근 주택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내후성강판은 어느정도 녹이 슬면 부식이 멈추기때문에 건물 강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집의 재료도 기존 주택과는 사뭇 다르다.

철골과 유리 알루미늄 스테인리스스틸 등 금속성 재료와 유리로만 구성됐다.

다소 차가운 느낌을 주는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첨단 재료를 선택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과 이화여대 뒷산의 풍광을 그대로 끌어들여 자연과 더불어 살기위해서다.

공간구성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게 이들 재료의 장점이다.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두개의 복도(램프)로 연결된 몸체 구성과 2층 서재,몸체 건물이 만들어내는 마당공간 등이다.

이들은 각기 따로가 아니고 서로 긴밀하게 밀착돼 맛깔나는 공간미를 빚어낸다.

단순히 재미가 아니고 집주인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살아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상선재는 거실과 부부침실을 위아래층에 배치한 몸체와 부엌,아이방을 묶은 또 다른 몸체 등 2개의 건물로 이뤄졌다.

이 두개의 몸통은 다시 두개의 램프로 연결돼 있다.

램프는 투명한 유리로 구성돼 외부를 향해 열려있다.

경사진 램프는 가족들의 산책로가 된다.

일출에서 석양까지의 하루변화는 물론 사시사철 다양한 자연풍광을 남김없이 멋지게 담아내는 그릇이다.

2층 램프 중간에 놓인 서재는 상선재의 매력 포인트다.

램프 중간에 매달놓은 듯도 하고 마치 하늘을 향해 날개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방을 투명유리로 처리해 안에서는 앞뒤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전통건축에서 보여지는 누마루 정자 가마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게 설계자의 설명이다.

마당도 여느 집과는 다른 구조다.

도로변쪽으로 몸체를 붙여서 마당을 안쪽으로 돌려놨다.

안정감을 주기위한 계획적인 배치다.

1층 필로티와 홈바,지하층 체육실 등 여러곳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해서 외부공간과의 친화력을 높여준것도 돋보인다.

건축비는 평당 3백90만원정도 들어갔다.

상선재는 단단한 껍질에 덮여 있는 듯한 강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집이지만 부드러운 속살이 꽉찬 집이다.

특히 하늘 마당 풍경 자연 등 도시생활에서 멀어져버린 듯한 개념을 막힘없이 잘 풀어낸 작품으로 꼽힌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 건축메모 ]

<>규모: 대지면적-98.1평,건축면적-29.2평,연면적-74.2평.지하1층 지상3층.
<>위치: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1번지 595호,구조-철골조,건축비용-평당 3백90만원
<>설계:이로재 김효민 건축연구소 (02)766-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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