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겼다"

재경원은 25일 장이 끝날 때까지 내내 부양책발표는 없다고 밝혔지만
종합주가지수가 840선까지 밀리는등 약세가 깊어질수록 제갈공명
(증시대책)이 출현하리란 소문은 더욱 기승을 부렸고 결국 사마중달
(주가하락)을 도망가게 만든 것이다.

사실 최근 주식시장을 그나마 떠받친 버팀목은 정부의 증시대책에
대한 기대심리였다.

종합주가지수 870선에서 증안기금이 개입하리란 전망이 870선 부근에서
주가폭락이 잠시 멈추도록한데 이어 850선 개입설이 다시 그같은 역할을
했다.

재경원의 증시대책발표설은 발표시간까지 지정하는등 갈수록 구체성을
띠는 양상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전장마감이나 후장시작에,수요일엔 3시에 대책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5일엔 2시설에서 시작해 3시설,4시설로 이어졌다.

여기까지는 재경원의 투자자 인내심실험이 성공한 셈이다.

재경원이 그동안 장세개입을 미룬 것도 이같은 자율반등가능성 여부를
관측하기 위해서였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4일 재경원의 연원영금융제2심의관은 "주가지수 움직임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증안기금개입등 증시대책을 미뤘다"고 밝힌 바 있다.

증시붕락위기를 두고 "실험"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옴직한 대목이지만
섣불리 개입했다가 "밑빠진 독에 물붓는" 처지가 되지 않으려는 정책
당국자의 신중함을 살만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25일 반등의 내용을 짚어보면 재경원이 이날의 반등에
환호작약하고 있을 때만은 아닌 듯하다.

이날 전장에 840선이 위협받은 것은 재경원이 증시대책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후장들어 2시발표설이 느닷없이 터지면서 장세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장중에 증시대책이 나오지 않자 4시발표설까지 끌어댄 것을 볼때 이날의
장세반등은 결코 투자자들 스스로 확인한 바닥권에서의 자율반등만은
아니었다.

이날의 반등은 840선을 바닥으로 보는 투자심리와 이쯤에서 증시대책이
나오리란 기대심리가 어우러진 것이다.

작은 반등이 왔다고 증시대책을 한없이 미룬다면 반등장세를 지탱해온
투자심리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재경원이 증시대책을 장세반등여하에 따라 유야무야로 돌리려 할 때
나오는 더 큰 문제는 재경원의 증시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는 점이다.

늑대소년론이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재경원은 최근 증시대책과 관련해 말을 흘리는 것으로 일관했다.

정책의 투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증시개입이 증시선진화추세에 역행되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개입의사를
밝히지 말았어야 한다는게 증권업계의 지적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재경원이 되살아나는 투자심리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망갔던 사마중달이 속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와 제갈공명이
없는 촉나라군대를 초토화시켰던 옛날일이 예사롭지 않은 시점이다.

< 정진욱기자 >

<>.증시전문가들은 25일 후장에서 장세가 급등세로 반등한 것에 대해
"정부의 부양책발표가능성이 부추긴 기술적 반등"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부양대책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금 당장의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상승기조는 잘해야 이번 주말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날 상승세가 종합주가지수 8백80포인트대에 이르면
다시 제자리(하락)를 찾아 갈 것으로 봤다.

우선 이날 장세를 상승세로 바꿔 놓은 매수세력이 개인 큰손들이었다는
점에서 시장기반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상승세가 2천만주 가까운 거래량을 수반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어느정도 진정시켜줬다는 점에서 일단 고비는 넘겼다고
보이나 증시가 정말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려면 다음주초까지 기다려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진투자증권의 유인채전무는 "이날 상승이 종합주가지수 8백50
포인트선을 바닥권으로 보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하면서도 그러나 "증시가 안정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장세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장세를 지탱해 줄 수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여력이
아직 넉넉하지 못하다.

기관들은 정부부양책에 기관들의 순매수유지가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사채수익률이 15%선을 넘어선 것은 기관들의 그같은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가 정부보유물량매각연기를 포함,신규물량공급을 축소하고
시중자금을 증시로 유인할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할 경우 오랜만의
상승장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는게 업계의 진단이다.

그렇다해도 투자한도확대로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시장참여가 예상되는
7월1일이전에는 900포인트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당분간 850~900포인트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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