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는 뜻 같기도 합니다만. "상사 겨울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봐도 됩니까.

<>신사장=글쎄요. 아직 봄이 오고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봄을 준비
하는 단계 정도로 말해야겠지요.

한국경제 자체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위주로 바뀌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봄을 준비하면서 상품 자금 정보등에선 어려움이 없습니까. 종합상사는
이들 3박자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들 하던데요.

특히 무역업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한국상사들 보다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일본종합상사들이 밀려 들어 오는 상황에서 국내업체들이 버틸 수
있겠습니까.

<>신사장=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국내업체와 마찬가지로 제조업체의 "제판일체" 추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엔 일본상사들도 과거처럼 자금력으로 실력을 발휘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보고 새로운 변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요.

또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기는 품질 가격면에서 일본상사나 한국
상사나 같은 조건인데다 국내 제조업체와의 관계등에선 오히려 한국상사
쪽이 유리합니다.


-제조업체의 정보력도 대단하던데요.

<>신사장=종합상사의 정보업무는 제조업체와는 다릅니다. 제조업체는
업종에 필요한 정보만 추리고 나머지는 버리는게 보통이예요.

그러나 종합상사는 모든 정보를 수집해 피드백(feeb back)합니다. 제조
업체와는 달라요.

이렇게 볼때 종합상사야말로 국가의 아주 유용한 자산입니다. 보다 애정을
갖고 바라 볼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종합상사의 역할론을 강조하신 걸로 이해되는군요.

<>신사장=그렇습니다. 특히 WTO시대엔 해외시장개척 뿐아니라 국내시장
보호도 종합상사의 몫입니다.

WTO시대에는 국내기업들의 외국시장 진출 여지가 넓어진 만큼 국내시장도
외국기업들의 개척대상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국내시장을 적극적으로 지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3박자"를 좌우하는 건 역시 "사람" 아니겠습니까. 상사맨의 경우 예전엔
영어 잘하고, 입심좋고, 술 잘마시는 사람을 전형적인 모델로 꼽았지요.

종합상사는 우수한 인재들의 집합장이기도 했고요. 요즘도 그렇습니까.

<>신사장=유능한 인재들이 몰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어학실력
등의 평균 수준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높아졌지요.

사람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한국 종합상사의 업적중 하나가 바로
인재 양성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종합상사에서 해외영업등 폭넓은 경험과 노하우를 닦은 사람들이 지금은
각 제조업체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삼성그룹만해도 계열사의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의 주력은 대부분
물산 출신들 입니다.


-최근 엔고를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의 호기로 삼기 위해 각 기업들의
움직임이 부산합니다.

삼성그룹도 얼마전 이건희회장 지시로 대일역조 개선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엔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겁니까.

<>신사장=삼성그룹에선 21세기 일본시장을 무역수지 흑자 시장으로 보고
대일의존구조 탈피를 위해 핵심부품 국산화, 수입선다변화등을 적극 추진
하고 있습니다.

물산에서는 일본 시장전문가를 적극 양성해 그룹사들의 활동을 측면 지원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삼성물산을 비롯한 국내 종합상사들이 해외자원개발이나 영상사업등 신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다소 위험한 건 아닌가요.

<>신사장=미래 유망사업에 대한 도전으로 평가해 주십시요. 종합상사들이
그동안 무역에서 쌓은 노하우중 하나인 정보력과 금융력을 새로운 사업영역
에서 활용한다면 나쁠게 없지 않습니까.

영상이나 유통사업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만큼 시장성은 충분한
사업이라고 생각되고요.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는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비즈니스는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업분야는 그만큼 활력이 있고 앞날이 밝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물론
신규진출인 만큼 리스크가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과거부터 어떤 분야건 개척기엔 상사들이 먼저 뛰어 들었어요.
제조업체들은 상사가 길을 닦아 놓은 다음에 들어왔고요.

상사들은 늘 어려운 파트너를 상대해 왔습니다. 그게 아마 숙명인지도
몰라요.


-대외시장개방등 외부환경변화도 그렇거니와 무한경쟁으로 요약되는 세계
무역기구(WTO)시대엔 기업 스스로가 크게 변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상사의 경우 정부로부터 과거와 같은 지원은 거의
사라지고 오히려 규제만 남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는 없으십니까.

<>신사장=종합상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어요. 종합상사는
국가 마케팅이란 시각에서 보면 하나의 기간산업체입니다.

해외에 널리 퍼져있는 네트워크때문이지요. 현재 국내 7대 종합상사의
해외주재원은 5천여명에 달합니다.

대사관등에 나가있는 공무원이 8백여명이고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해외주재원이 2백20명정도인 것에 비하면 종합상사의 해외 정보망은 엄청난
셈이지요.

종합상사의 이같은 해외 네트워크는 개별 상사들만의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자산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대선배 상사맨으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실 말씀도 있을텐데요.

<>신사장=상사맨은 제조업체 사람들이 따라오기 힘든 분야에서 진짜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지역전문가라고 하면 단순히 어학만이 아니라 역사 문화등에 모두 정통
해야지요.

그러면서도 법무 해운 경리 금융등 웬만한 관련 실무분야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하면서 "1인 다기능" "1인 다국어회화"가
가능한 제너럴리스트도 돼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삼성물산은 수습기간을 1년으로 잡아 신입사원 시절부터 철저한
교육 연수를 시키고 있습니다.

< 정리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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