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통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가전 컴퓨터 자동차
의류잡화등 주요산업분야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버블(거품)경제의
붕괴이후 소비자들이 값싼제품을 찾는 것이 유통구조변화의 중요한
이유이다.

일본사람들사이에는"나라는 경제대국이 됐지만 국민생활은(물가가 비싸)
여전히 각박하다"는 뿌리깊은 불만이 있다. 정부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유통구조의 비효율성에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수술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모하고있는 유통구조를 살펴본다. <편집자>

고가 가츠도시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히타치의 전자제품대리점을 경영해
왔다. 6백세대가 사는 규슈지방의 작은 동네지만 단골손님이 많아 불편을
겪을 만한 생활은 아니었다.

10년동안 우수대리점이란 소리를 들어왔던 고가씨는 그러나 전자제품
양판점의 프랜차이즈점포로 간판을 바꿔야만 했다. 특정회사의 대리점이
아니라 양판점에 속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히타치의 신형냉장고를 희망소비자가격의 73%에 들여놨습니다. 마진을
최소로 줄여, 정가보다 20%할인해 10대를 팔았지요. 그러나 손님들은 길
건너 양판점보다 1만엔이 비싸다고 불평했습니다" 고가씨는 그러다가
단골손님마저 다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여름이후 일본규슈지방에는 고가씨처럼 특정회사의 대리점에서
다이이치란 전자제품양판점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점포가 속출했다.

베스트전기 가토전기 상신전기등 프랜차이즈형태를 띄고 있는 전자제품
양판점은 일본전역에 퍼져있다. 양판점형태가 도입된지 10여년만에
운명공동체라고 불리던 가전메이커들과 계열대리점들을 갈라서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싼값과 손색없는 질을 무기로 일본소비자들을 파고드는 양판점
할인판매점 등은 가전제품뿐만아니라 의류 완구 컴퓨터디스크 화장품등
여러산업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신사양복을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아오야마(청산)상사는 지난
해 2백40만벌을 판매, 전체신사복시장에서 20%란 경이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가전제품시장은 6조엔규모였다.
이중 계열대리점을 통해서 팔려나간 부분은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70년대에 80%대를 유지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양판점과 대리점은 제품을 들여오는 단계에서부터 가격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판점의 경우 주문은 1백% 온라인에 의해서 이뤄지는데 반해
대리점은 컴퓨터단말기를 마련해줘도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불필요한 요인들이 모여 대리점의 유통코스트를 올려놓고 있다고
전자업체 영업직원들은 토로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고도성장기에는 어떻게든 많은 계열대리점을 거느려 판매장소
를 늘리는 것이 전자업체들의 전략이었다. 업체들은 대리점을 조직화하고
리베이트를 주는등 유형무형의 편의를 제공했다.

그러나 양판점이나 할인판매점등이 전자제품유통의 주역으로 떠오른지금,
대리점들은 업체의 부담스런 짐이 되고 있다.

업체들은 그러나 대리점을 쉽사리 내버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도시바
히타치 마쓰시타등 주요 가전업체들의 매출액중 각각의 30%, 40%, 60%는
계열대리점을 통해서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도시바등 업체들의 대응은 스스로 판매회사를 만들어
프랜차이즈 본부의 성격을 갖도록 해서 계열대리점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도시바의 경우는 판매회사가 수.발주만을 담당하고 물류는 전문유통회사
를 이용, 공장에서 계열대리점에 직접배달하는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체산하의 판매회사들은 나름대로 많은 고용
인원을 끌어안고 있으며, 자연히 인건비부담으로 대리점 공급가격은
전문양판점의 제품구입가격보다 높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개혁으로 가전대리점의 제품가격이 양판점가격보다 높은 상황을
탈피하지 못하는한 업체와 대리점의 결별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양판점이란 프랜차이즈본부가 각업체들로부터 싼값에 대량의 물건을
들여와 가맹점에 보내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문유통기업이다.

일본의 전자제품판매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바로
유통기업이 가격결정권을 쥐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통기업(양판점및 할인판매점등)은 언제든지 가격이 낮으면서 품질이
손색없는 기업의 제품을 찾아다니고 있다.

<박재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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